경제 발전과 함께 도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가 발전해 나가던 시기. 서구 문화의 영향을 빠르게 받고, 흡수, 모방해가며 일본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시기. 그런 시기에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의 컨셉 앨범 카제마치로망(風街ろまん)이 나왔다.
이 자체로도 70년대의 향수와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핫피엔도는 이 앨범에서 카제마치(風街, 바람 거리) 라는 가상의 공간을 테마로 삼아 64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일본, 도쿄의 옛 된 모습을 그린다. 앨범의 대표곡 바람을 모아서(風をあつめて)이 표현하는 노랫말을 들어보면 아주 여유롭고, 나른하다. 따스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하는 기분이다.
그럼 60년대 초중반 서울을 떠올려보자... 그야말로 총체적난국이다.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너무 감사하다. 옆 동네 섬나라는 여유와 낭만을 떠올리는 그 시기와는 완전 딴 판이다.
앨범을 아직 구입하지 않았을 때는 제대로 듣지 않아서 카제마치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일본 여행에서 앨범을 구입하고 노랫말을 알게 되고 이런저런 정보를 통해 카제마치라는 공간의 의미를 알게 되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가상의 공간인 줄로만 알고 있던 카제마치가 사실은 도쿄의 옛 모습이라는 것, 한국인으로써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공간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카제마치와 같은 공간이 나올 수 있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한국 입장에서는 찝찝해지는 일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어떻다는 것 보다는 한국인이라는 입장에서 카제마치를 떠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상상하기로 했다. 공감은 못 하더라도 상상은 할 수 있으니까. 카제마치는 환상의 공간이다. 시내 변두리를 산책하다 안개를 뚫고 바닷가를 달리는 노면전차의 모습 정도는 상상해 주자. 그저 상상으로 밖에 카제마치를 접할 뿐이지만, 나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무려 '노스텔지어'를 느낀다.
1집이 어두운 새벽, 뿌연 안개 가득 낀 듯 한 앨범이었다면, 이번 2집은 일출이 시작 되고 점점 밝아지는 듯 한 앨범이다. 드럼 소리도 더 정확하게 들리고 기타는 더 가까워졌다. 나는 1집의 거리감 느껴지는 기타 소리와 방황하며 벅차오르는 느낌을 너무 좋아해서인지 2집을 네 번 들어본 아직까지는 1집이 더 좋다.
플레이시간은 여전히 길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데, 1집이 70분이 넘어갔던 것에 비하면 많이 짧아진 거다. 위에서 1집이 더 좋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1집은 끝까지 집중하기 힘든 앨범이다. 1집 플레이시간이 50분 정도만 되었어도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이 들었을거다.(개인적으로 풀랭스 앨범의 아쉽지도 길지도 않게 느껴지는 플레이시간은 40분 정도다) 하지만 2집은 원래 플레이시간 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들쑥날쑥했던 1집에 비해 앨범 구성은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흠... 어쨌든 좋다. 구남 같은 밴드는 구남 밖에 없으니 이 좋음은 그냥 구남이 좋아서 좋은 좋음이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존나 좋다는 거다. 계속 듣다 보면 어떤 사소한 계기에 의해 1집 보다 좋아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분간은 이 앨범만 계속 들을 것 같다.
자꾸 누가 우리집에 만화책이 많다고, 만화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전혀 그런 생각 한 적 없다.
그래서 밥 먹고 소화할 겸, 우리집에 만화책이 얼마나 있는지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정렬 방식은 책장에 꽂혀 있던 순)
철콘 근크리트 1~4 (완)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 1~7
우리들이 있었다 1~9
도색서점에 어서오세요 단 권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 애장판 1~6 (완)
동결괴동 1~3 (완)
스즈미야 하루히 짱의 우울 1~5
나가토 유키 짱의 소실 1~2
메아리의 골짜기 단 권
너와 나 1~9
케이온! 1~4
토끼 드롭스 1~6
요츠바랑 1~10
GTO 애장판 1~9
슬램덩크 완전판 1~24 (완)
노다메 칸타빌레 1~25 (완)
플루토 1~8 (완)
별의 목소리 단 권
최종병기 그녀 1~7 (완)
최종병기 그녀 외전집 단 권
몬스터 1~18 (완)
20세기 소년 1~22 (완)
21세기 소년 상,하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1~2 (완)
제트맨 1~9
너에게 닿기를 1~13
나나 1~14
충사 1~10 (완)
수역 상,하
필라멘트 단 권
잠자는 혹성 1~4 (완)
크게 휘두루며 1~15
히스토리에 1~6
교향시편 유레카 세븐 1~6 (완)
아이즈 애장판 1~12 (완)
프라네테스 1~4 (완)
세계제복 1~2
진격의 거인 1~4
소라닌 1~2 (완)
아리아 1~12 (완)
아쿠아 1~2 (완)
아만츄 1~2
NHK에 어서오세요 1~8 (완)
터치 애장판 1~11 (완)
파이브 스타 스토리 1~12
러키스타 1~7
호텔 아프리카 애장판 1~4 (완)
무한의 주인 1~18
서양골동양과자점 1~4 (완)
3월의 라이온 1~5
나의 지구를 지켜줘 애장판 1~8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1~28
바쿠만 1~13
카드캡터 사쿠라 애장판 1~12 (완) 이웃집 801 양 1~4 (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지 않아서 신간이 밀린 것도 꽤 있네. 특히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애장판이 한창 나올 때 꼬박꼬박 사다가 8권까지 사고 미루다가 6년이 넘게 완결을 못 채우고 있다.(10권 완결) 돈 생기면 나의 지구를 지켜줘 부터 다 사야겠다.
돈 아깝게 왜 사보냐. 빌려보거나, 다운 받아 보면 되지. 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단 꺼져주시고.
내가 만화책 사 보는 이유는 사실, '빌려보기가 귀찮아서'이다. 나는 책이든 만화책이든 곁에 두고 느긋하게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납일 제한이 있으면 왠지 더 못 읽게 된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건, 저작권 어쩌고 이전에 볼 맛이 안 나고. 책은 손으로 잡고 넘겨 봐야지 휠 돌리면서 보면 재미 없잖아.
앞으로도 보고 싶은 책은 사서 볼 텐데, 책장에 한계가 다가왔다. 역시 모든 지름의 끝은 그것들을 보관할 공간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아직은 전공책을 정리하면 공간이 생길 듯 하다. 일단은 사고 보는거다.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대중가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후 잠시 고민을 시작한다. 팝이 뭐지?
예전에는 주로 서양음악을 팝송이라고 불렀고, 일본 대중가요는 제이팝, 한국 대중가요는 케이팝이라고 한다. 하지만 팝=대중가요 라고 하기에는 영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요즘 테레비에 자주 나오는 대중가요 그룹들이 하는 장르는 팝이라기보다 일렉트로니카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팝이라는 말 자체가 대중에게 인기 있을 만 한 음악이라는 의미로 나왔으니까. 쉽게 생각하면 듣기 편한 음악이려나? 그래도 내 음악적인 고집으론 요즘 대중음악을 팝이라고 부르지 못하겠다. 케이팝의 팝은 그 팝이 아니다.
그래서 팝이 뭐냐고? 잘 모르겠다. 그냥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하자. 물론 데스메탈이 듣기 편하다는 사람도 있을거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 보편적인 의미로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하자. "샬랄라라딩가딩가" 뭐 이런 이미지? 참고로 록은 "쿵작쿵작" 메탈은 "쿠콰콰쟝" 발라드는 "두둥우워" 일렉트로니카는 "쁑탁튱탁"
그리고 Lamp의 음악을 소개한다.
램프는 기타 소메야 타이요, 보컬,플루트 사카키바라 카오리, 보컬,베이스 나가이 유스케 세 명으로 구성된 팝 밴드이다. 램프는 듣기 편하고, 쉬운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샤랄랄라딩가딩가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팝'밴드이다. 첫 앨범인 'そよ風アパートメント201(산들바람 아파트 201)'부터, '恋人へ(연인에게)', '木洩陽通りにて(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길에서)'와 같은 앨범명만 봐도 아주 상큼하고 계절감 넘치는 음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음악이다.
[Lamp - 恋人へ、ひろがるなみだ (연인에게, 퍼져가는 눈물)]
국내에 처음 발매되었던 '산들바람 아파트 201', '연인에게',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길에서' 세 앨범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얼마 뒤 발매된 미발표곡 모음집 '残光(잔광)'에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예전과 같은 상큼한 곡도 있었지만, 특히'ムード・ロマンティカNO2(무드 로멘티카 NO2)'와 같은 곡은 예전의 램프같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진득하게 느껴지던 소녀 감성이 싹 빠진 곡이었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램프에게 기대하던 곡은 땡떙이 원피스 입고 다소곳이 서서 수줍게 미소 짓는 소녀 같은 음악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잔광'앨범은 예전 감성이 느껴지는 곡들만 조금씩 골라 듣다가 다음 앨범이 나올때 까지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ランプ幻想(램프 환상)' 앨범이 발매되었고, '잔광'에서 느껴졌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Lamp - 雨降る夜の向こう(비 내리는 밤의 저 편)]
물론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만큼 램프다운 느낌은 남아있었다. 나가이 유스케와 사카키바라 카오리가 주고 받는 수려한 남, 여 보컬이라든가 여전히 계절감이 드러나는 가사. 하지만 더이상 그들은 수줍게 미소짓지 않았다. 샤랄랄라딩가딩가 하는 팝이 아니었다. 세션은 매우 풍부해졌고, 코러스는 몇 번이나 겹쳐 녹음한 것 같았다. 그리고 코드 진행은 뭐 이리 복잡한지... 모른긴 몰라도 악보를 따려면 꽤나 고생할 것 같다.
나는 또 적응하지 못했다. 수줍은 나의 소녀는 어디로 갔는가! 어서 찾아내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잔광'이전의 상큼했던 앨범만 돌려들었다.
램프의 진가를 알게된 건 '八月の詩情(8월의 시정)'앨범을 듣고 부터다.
앨범 이름대로 8월의 늦여름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발매된 것도 여름. 나는 모범 청취자가 되어 8월 동안 '8월의 시정'을 주구장창 돌려 들었다. 적응하지 못했던, 수줍은 소녀의 부재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오히려 그윽하고 쓸쓸하게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는 아가씨에게 빠져버렸다. 봉쥬르, 마담.
여전에 부담 가득하게 들렸던 풍부한 세션과 복잡한 코드 진행은 여전했지만, 이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주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 음악 감상자로써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8월의 시정'을 성능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보고 싶은 앨범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것도 앞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느껴보고, 각 악기의 쓰임새를 느껴보고, 코러스는 어떻게 넣었나, 박자는 어떻게 쪼갰나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분석'하는게 아니라 그냥 느끼고 싶다는 거다. 정발판 라이너 노트에 언급되어 있는 '이지 리스닝'이란 의미가 이런 것이려나?
2011년, 올해 초. '東京ユウトピア通信(도쿄 유토피아 통신)'이 발매 되었다. 언제 발매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당시 일본여행 갔던 시기와 겹쳐 망설이지 않고 구입해 왔다. (국내 정발 될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Lamp - 空想夜間飛行(공상야간비행)]
이번에는 차가운 도시의 음악이었다. 그윽하고 쓸쓸한 미소를 머금은 아가씨가 상경하여 긴 코트를 바람에 펄럭이며 서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편곡 능력은 더욱 좋아져 악기를 자유자재로 배치해 놓았고, 멜로디는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램프는 최근 라이브 공연을 이벤트성 인스토어 라이브만 하던데, 스튜디오 밴드가 되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램프 환상'부터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 수록된 곡을 제대로 된 라이브로 구사하려면 엄청난 인원이 필요할 거다.
이제 수줍은 소녀로 치장하고 있던 램프는 재미가 없어졌다. 훗. 너 같은 소녀는 어디에나 있다고. 나는 그윽하고 쓸쓸한 미소의 아가씨에게 가겠어 베이비.(-_-)
램프는 더이사 샤랄랄라딩가딩가 하지 않다.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멜로디라인도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듣기 힘든 곡일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듣기 편한 음악은 아니란 거다. 그럼 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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