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한가을.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어 슬슬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아침은 쌀쌀하고 오후는 땃땃한, 누가 봐도 가을의 한 복판인 날이었어요.
어느날, 푸석푸석한 공기를 적셔줄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겨울이 갑자기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어요.
안녕? 오랜만이네! 나 겨울이야.
이를 어쩌죠? 아직 나뭇잎들도 다 떨어지지 않았고, 공기도 덜 말랐는데 겨울이 와버렸어요.
겨울아. 너는 아직 오면 안돼.
후훗.
겨울은 차갑지만 장난스럽게 웃었어요.
잠깐 놀러온 것 뿐이라고.
겨울아. 놀러 온 이유가 뭐니?
왜 왔긴, 너희들이랑 잠깐 놀고 싶어서 왔지. 너희들은 오랫동안 나를 잊고 지냈지않니? 가을이가 떠나고 내가 갑자기 나타나 버리면 앗 차가워! 할거잖아? 요즘엔 삼한씨와 사온씨 사이가 좋지 않아서 쭈욱 추운날만 계속 될 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너희들도 기억하지? 한겨울 언니가 얼마나 차가운지 말이야. 어휴. 정말 우리 언니지만 왜 이렇게 못되먹었는지...
겨울은 불만이 많은 듯 한동안 계속 중얼거렸어요.
겨울아, 온다면 온다고 얘기하지 그랬니? 사람들이 앗 차가워! 하면서 놀라고 있잖아.
피이~ 내가 언제 얘기하고 온거 봤어?
겨울은 뾰투룽한 표정을 짓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양 손을 치며 말했어요.
맞다! 나 놀러왔으니까. 겨울옷 입은 것 좀 보여줘. 그리고 이불도 뚜꺼운걸로 꺼내볼래? 푹신푹신한거 있잖아. 음... 또, 아 그래! 전기장판도 한 번 켜봐. 귤도 까먹고. 음,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아! 겨울 예습이야!
겨울 예습?
그래! 겨울 예습. 나랑 한겨울 언니가 여기에서 살기 전에 한 번 예습해보는거라고. 앗 차거워! 하지 않게. 이히힛. 어때? 나 참 친절하지 않니?
겨울은 신이나서 여기저기를 폴짝폴짝 뛰어 다녔어요.
아하하하. 오랜만에 놀러오니까 재밌다.
겨울아. 언제 돌아갈 거니?
칫! 벌써 돌아가는 얘기야? 걱정마. 이틀만 있다가 돌아갈 거니까. 더 있으면 언니한테 혼난다고.
그래. 갑자기 나타나서 앗 차가워! 하긴 했지만, 이틀 동안 즐겁게 놀다 가렴. 그리고 가을이 떠날때 다시 만나자.
응!
한가을에 아주 잠시동안 놀러온 겨울. 금새 떠날 겨울은 조만간 다시 찾아올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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