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이 뭔지는 잘 몰라도, Lamp는 (어쨌거나)팝이 맞는 것 같아. by 짜짜라

  "팝(pop)이 뭐냐?"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대중가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후 잠시 고민을 시작한다. 팝이 뭐지?
  예전에는 주로 서양음악을 팝송이라고 불렀고, 일본 대중가요는 제이팝, 한국 대중가요는 케이팝이라고 한다. 하지만 팝=대중가요 라고 하기에는 영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요즘 테레비에 자주 나오는 대중가요 그룹들이 하는 장르는 팝이라기보다 일렉트로니카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팝이라는 말 자체가 대중에게 인기 있을 만 한 음악이라는 의미로 나왔으니까. 쉽게 생각하면 듣기 편한 음악이려나? 그래도 내 음악적인 고집으론 요즘 대중음악을 팝이라고 부르지 못하겠다. 케이팝의 팝은 그 팝이 아니다.

  그래서 팝이 뭐냐고? 잘 모르겠다. 그냥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하자. 물론 데스메탈이 듣기 편하다는 사람도 있을거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 보편적인 의미로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하자. "샬랄라라딩가딩가" 뭐 이런 이미지? 참고로 록은 "쿵작쿵작" 메탈은 "쿠콰콰쟝" 발라드는 "두둥우워" 일렉트로니카는 "쁑탁튱탁"

  그리고 Lamp의 음악을 소개한다.
 
  램프는 기타 소메야 타이요, 보컬,플루트 사카키바라 카오리, 보컬,베이스 나가이 유스케 세 명으로 구성된 팝 밴드이다. 램프는 듣기 편하고, 쉬운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샤랄랄라딩가딩가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팝'밴드이다. 첫 앨범인 'そよ風アパートメント201(산들바람 아파트 201)'부터, '恋人へ(연인에게)', '木洩陽通りにて(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길에서)'와 같은 앨범명만 봐도 아주 상큼하고 계절감 넘치는 음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음악이다.

[Lamp - 恋人へ、ひろがるなみだ (연인에게, 퍼져가는 눈물)]

  국내에 처음 발매되었던 '산들바람 아파트 201', '연인에게',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길에서' 세 앨범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얼마 뒤 발매된 미발표곡 모음집 '残光(잔광)'에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예전과 같은 상큼한 곡도 있었지만, 특히'ムード・ロマンティカNO2(무드 로멘티카 NO2)'와 같은 곡은 예전의 램프같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진득하게 느껴지던 소녀 감성이 싹 빠진 곡이었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램프에게 기대하던 곡은 땡떙이 원피스 입고 다소곳이 서서 수줍게 미소 짓는 소녀 같은 음악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잔광'앨범은 예전 감성이 느껴지는 곡들만 조금씩 골라 듣다가 다음 앨범이 나올때 까지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ランプ幻想(램프 환상)' 앨범이 발매되었고, '잔광'에서 느껴졌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Lamp - 雨降る夜の向こう(비 내리는 밤의 저 편)]

  물론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만큼 램프다운 느낌은 남아있었다. 나가이 유스케와 사카키바라 카오리가 주고 받는 수려한 남, 여 보컬이라든가 여전히 계절감이 드러나는 가사. 하지만 더이상 그들은 수줍게 미소짓지 않았다. 샤랄랄라딩가딩가 하는 팝이 아니었다. 세션은 매우 풍부해졌고, 코러스는 몇 번이나 겹쳐 녹음한 것 같았다. 그리고 코드 진행은 뭐 이리 복잡한지... 모른긴 몰라도 악보를 따려면 꽤나 고생할 것 같다.
  나는 또 적응하지 못했다. 수줍은 나의 소녀는 어디로 갔는가! 어서 찾아내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잔광'이전의 상큼했던 앨범만 돌려들었다.

  램프의 진가를 알게된 건 '八月の詩情(8월의 시정)'앨범을 듣고 부터다.
  앨범 이름대로 8월의 늦여름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발매된 것도 여름. 나는 모범 청취자가 되어 8월 동안 '8월의 시정'을 주구장창 돌려 들었다. 적응하지 못했던, 수줍은 소녀의 부재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오히려 그윽하고 쓸쓸하게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는 아가씨에게 빠져버렸다. 봉쥬르, 마담.
  여전에 부담 가득하게 들렸던 풍부한 세션과 복잡한 코드 진행은 여전했지만, 이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주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 음악 감상자로써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8월의 시정'을 성능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보고 싶은 앨범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것도 앞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느껴보고, 각 악기의 쓰임새를 느껴보고, 코러스는 어떻게 넣었나, 박자는 어떻게 쪼갰나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분석'하는게 아니라 그냥 느끼고 싶다는 거다. 정발판 라이너 노트에 언급되어 있는 '이지 리스닝'이란 의미가 이런 것이려나?

  2011년, 올해 초. '東京ユウトピア通信(도쿄 유토피아 통신)'이 발매 되었다. 언제 발매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당시 일본여행 갔던 시기와 겹쳐 망설이지 않고 구입해 왔다. (국내 정발 될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Lamp - 空想夜間飛行(공상야간비행)]

  이번에는 차가운 도시의 음악이었다. 그윽하고 쓸쓸한 미소를 머금은 아가씨가 상경하여 긴 코트를 바람에 펄럭이며 서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편곡 능력은 더욱 좋아져 악기를 자유자재로 배치해 놓았고, 멜로디는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램프는 최근 라이브 공연을 이벤트성 인스토어 라이브만 하던데, 스튜디오 밴드가 되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램프 환상'부터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 수록된 곡을 제대로 된 라이브로 구사하려면 엄청난 인원이 필요할 거다.

  이제 수줍은 소녀로 치장하고 있던 램프는 재미가 없어졌다. 훗. 너 같은 소녀는 어디에나 있다고. 나는 그윽하고 쓸쓸한 미소의 아가씨에게 가겠어 베이비.(-_-)
  램프는 더이사 샤랄랄라딩가딩가 하지 않다.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멜로디라인도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듣기 힘든 곡일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듣기 편한 음악은 아니란 거다. 그럼 팝이 아닐까?
  팝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램프는 어쨌든 팝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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