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사라지다. (1) by 짜짜라

<진실>

  나는 알고 있다. 세계의 비밀을.

  
<출현>

  계절은 어느새 가을을 지나치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졌어도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베란다 딸린 열 세 평의 골방. 추위 따위는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보일러는 켜지 않는다. 살짝 느껴지는 쌀쌀함은 이불을 무릎 담요처럼 덮어 물리친다. 손 까지 이불 속으로 넣으면 포근함에 천국이 따로 없다. 단, 이불에 넣는 손은 왼손뿐이다. 오른손은 마우스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을 움직인다. 큰 움직임은 필요 없다. 약간의 손목 스냅과 검지와 중지에 적은 힘만 들이면 충분하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가로, 세로 약 20센티 정도의 범위만 있으면 전 세계의 정보를 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 쉴 새 없이 다리를 떨거나 마우스의 이동 범위가 커지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위해 왼손을 사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말이다.
  포털 사이트의 메인 기사를 전부 둘러본다. 대부분이 연예인의 쓸데없는 신변잡기 낚시기사 이다. 정말 아무 영양가 없는 기사이지만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에는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낚시와 추측기사로 유명한 스포츠신문 페이지를 들어가니 역시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만든 헤드라인은 '꿀가슴 K, 가슴 사이즈 비밀 들켜' 였다. 내용은 브래지어로 큰 가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브래지어 광고인지 가슴 자랑인지 알 수 없는 낚시 기사였다. 이런 기사일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질이 좋지 않아서 조금 화가 났다.
  기분을 삭히기 위해 다른 기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 기사의 관련기사를 확인했다. '천차만별 브래지어의 세계' 남성으로서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관한 기사였다. 괜찮은 정보가 될 것 같았다. 가슴 사이즈의 비밀과 브래지어의 세계. 마치 세계의 비밀이라도 알아보고 있는 듯 즐거워졌다.
  이런 기분이 든 김에 정말로 세계의 비밀을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의 비밀을 알아보기에 한국 사이트는 규모가 작다고 생각되어 유명 해외유명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오른손으로 secret of world 라고 키보드 자판을 눌러 검색을 한다. 2억 8천만 개가 넘는 결과가 검색 되었다. 세계는 2억 8천만 가지가 넘는 비밀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쓸데없는 비밀이었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며 바라본 세계의 비밀은 스포츠신문에서 본 '가슴 사이즈의 비밀'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보다 가슴 사이즈가 더 큰 것 같았다.
  372번째 페이지를 둘러보던 중 한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soW - the secret of World'. 보통 약자를 쓰면 전부 대문자로 쓰거나 가장 앞 철자를 대문자로 쓰는데, 가장 뒤 철자를 대문자로 쓰다니. 이 페이지에는 '가슴 사이즈의 비밀' 이상의 것이 있을 것 같았다.
  soW를 접속하자 언어 선택 페이지가 나왔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는 물론 마사이족 언어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월드클래스였다. 월드의 더블유를 왜 대문자로 썼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당당히 한국어를 클릭하자 안내 페이지가 떴다.
 

  이곳을 찾아온 당신은 이미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고 그것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환영합니다! 이곳은 세계의 비밀을 공유하고 밝혀내며 그 대처법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세상을 살다가 가끔씩 이상한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문득 시계를 바라보았더니 초침이 1초 이상 머무는 듯 하는 느낌을 받았거나,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거나, 눈앞에서 날던 모기가 사라져 버렸거나... 이와 같은 현상을 발견 하면 당연히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지만, 절대로 당신의 착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며 세계의 비밀의 일부입니다. 물론 비밀이기 때문에 함부로 알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공간이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 이곳에서 상담하세요!


  다리가 마구 떨린다. 내 왼손은 이미 무릎을 덮고 있던 이불 속에서 나온지 오래다. 내가 웹을 돌아다니며 발견했던 정보 중에 이만한 정보가 있었던가. 정보의 바다의 해안에서 조개껍질만 줍다가 자연산 진주가 박힌 전복을 주운 기분이다.
  그 때, 모니터 한 가운데에 모기가 붙었다.


<모기 사라지다>

  모기가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알을 낳기 위해 다른 동물의 피를 필요로 하는 그 악독하고도 악독하기로 유명한 암컷 모기다. 여름이 다 지나고 쌀쌀해질 때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번식 욕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날씨가 더 추워져 활동하기 힘들어지기 전에 번식을 끝내려고 할 것이 뻔하다. 눈에 보이는 동물이라면 사후경직이 끝난 시체라도 달려들 기세다. 게다가 이곳에 동물은 나뿐이다.
  우선 한 방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녀석이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는 모니터에 붙어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천천히 다가가서, 손바닥으로 모니터 한 가운데를 강타했다. 하지만 모기는 손이 모니터에 닿기 직전 날아올랐다. 모니터와 손에 모기의 잔해물이 남는 것을 걱정하여 약간 주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모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으로 쫓는다. 녀석은 내 머리 위를 한 바퀴 돌아 모니터 위쪽 벽에 앉았다. 다시 기회를 잡아 천천히 접근해 벽을 내리 쳤지만 녀석은 다시 날아가 버렸다. 컴퓨터 위를 한 바퀴 돌고 내 몸 주위를 두 바퀴 책장 사이사이를 탐험하고 베란다 문에 붙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전등 바로 아래에서 다섯 바퀴를 돌더니, 녀석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에서 놓친 것이 아닌가 하여 꼼꼼하게 찾아보고, 녀석을 유인하기 위해 평소 안 하던 운동을 해서 땀을 내고 숨도 크게 쉬며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놓친 것이 아니다. 모기는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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